“생각 안 난다” 다음날 박노식은 발길질 딱 잡아뗐다 ‘참을 인(忍) 자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다. 신성일은 그 말을 되뇌이며 참고 또 참았다. 1963년 봄 ‘김약국의 딸들’ 통영 촬영장에서 선배 박노식으로 부터 발길질을 당했기 때문이다. 신성일은 오른쪽 얼굴을 정통으로 맞았다. 술에 취한 행동이라지만 정말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박노식은 신성일의 오른쪽 가슴과 어깨도 짓밟았다. 변인집 촬영기사가 소리 지르며 박노식을 제지했다. 그는 박노식보다 한참 선배였다. “노식아, 너는 후배만 보이고 선배는 안 보여?” 박노식은 변 기사를 뿌리쳤다. 유현목 감독도 “이 놈아, 선배는 안 보여”라며 한마디 거들었다. 유 감독은 당황하거나 화가 나면, 손가락으로 콧잔등의 안경만 치켜 올리는 ‘양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