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안 난다” 다음날 박노식은 발길질 딱 잡아뗐다
‘참을 인(忍) 자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다. 신성일은 그 말을 되뇌이며 참고 또 참았다. 1963년 봄 ‘김약국의 딸들’ 통영 촬영장에서 선배 박노식으로 부터 발길질을 당했기 때문이다. 신성일은 오른쪽 얼굴을 정통으로 맞았다. 술에 취한 행동이라지만 정말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박노식은 신성일의 오른쪽 가슴과 어깨도 짓밟았다.
변인집 촬영기사가 소리 지르며 박노식을 제지했다. 그는 박노식보다 한참 선배였다.
“노식아, 너는 후배만 보이고 선배는 안 보여?”
박노식은 변 기사를 뿌리쳤다. 유현목 감독도 “이 놈아, 선배는 안 보여”라며 한마디 거들었다. 유 감독은 당황하거나 화가 나면, 손가락으로 콧잔등의 안경만 치켜 올리는 ‘양반’이었다. 동료 김석강은 이미 온데 간데 없었다. 참다 못한 변 기사는 박노식의 얼굴을 들이받았다. 자기 코에서 피가 나는 걸 확인한 박노식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아이고~, 촬영기사가 배우 팬다.”
활극도 이런 활극이 없었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달려들어 박노식을 끌고 갔다. 신성일은 무릎을 꿇고 가만히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별별 생각을 다했다.
‘아무 잘못도 없이 얻어맞으면서까지 배우를 해야 하나? 영화 때려 치고 한 판 붙어?’
유 감독과 변 기사는 술상을 다시 차리라고 시켰다. 오른쪽 볼과 눈이 부어 오르는 걸 느꼈다. 그런데도 신성일이 무릎을 꿇고 있으니,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영화계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있다”라며 위로를 했지만 울화통이 터져 그 다음 말은 들리지 않았다. 눈치 빠른 변 기사가 “미스터 신, 들어가 쉬라”며 다독였다. 방에 가보니 김석강은 이불 속에 들어가 있었다. 실제로 그는 이 영화 이후 충무로를 떠난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촬영장 분위기는 가라앉을 수 밖에 없었다. 배우들 사이에 이미 소문이 퍼진 상태였다. 엄앵란도 신성일을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사단을 일으킨 박노식은 뒤늦게 나타났다. 술이 덜 깬 것처럼 보였다. 그가 민망한 지 “촬영합시다”라고 외쳤다. 아침이 되니 내 오른쪽 얼굴은 더욱 부어 올랐다. 화난 유 감독은 “노식아, 네가 쟤(신성일) 때려서 촬영 못할 정도야”라며 내 모습을 보여주었다. 박노식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생각이 하나도 나지 않는데요.”
그 한마디가 신성일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었다. 만약 그가 “성일아, 미안하다. 내가 술김에 잘못을 저질렀다”고 했다면, 사나이로서 그냥 털고 넘어갈 수 있었다. 다친 얼굴을 보면서도 그렇게 말하다니…. 신필름에 있을 때는 이런 선배를 만난 적이 없었다. ‘두고 보자. 언젠가 복수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 날 촬영은 왼쪽 뺨으로 떼우고 지나갔다.
박노식은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박노식은 고교 때 권투선수를 했다고 한다. 신성일은 자신이 권투선수 역을 두 번이나 맡은 것도 한편으론, 박노식을 겨냥한 것이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화를 꾹 누르고 그 사건은 그렇게 지나갔지만 신성일의 가슴 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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