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구타사건(上)
박노식의 발길이 날아왔다, 불이 번쩍했다
신성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악몽같은 사건으로 통영구타사건을 들었다.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김약국의 딸들’을 촬영할 때였다. 조연이었지만 ‘아낌없이 주련다’로 자신을 키워준 극동흥업이 제작하고, 유현목 감독과 변인집 촬영기사가 참여한 작품이었기에 기꺼이 합류했다.
촬영 둘째 날이었다. 당시 통영에는 여관이 하나밖에 없었다. 일행은 저녁을 먹은 다음 여관 골방에 배를 깔고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른 스태프와 배우들은 저녁이 되면 술을 마시고, 외출도 했다. 신성일은 집안 내력상 술이 체질에 맞지 않았다.
당시는 여관 심부름꾼을 ‘조바’라고 불렀다. 그 여관은 일본식이어서 현관문을 열면 미닫이문이 나오고 복도 양쪽으로 방들이 늘어서 있는 구조였다. 감독이 가장 큰 방을, 배우들이 나머지 방을, 신인인 신성일과 김석강에게는 골방이 돌아갔다. 조바 아이가 유 감독과 변 기사가 신성일을 부른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촬영기사라고 했지, 촬영감독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대선배가 부르는데 안 갈 수 없었다. 유 감독과 변 기사는 개다리 주안상을 사이에 두고 대작을 하고 있었다. 변 기사가 미닫이문 쪽으로 등 돌려 앉았고, 유 감독은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얼굴 오른쪽으로 문을 보고 앉았고, 김석강은 나와 마주보았다. 우린 무릎 꿇고 공손히 앉았다. 유 감독은 아무리 마셔도 취기는 보이지 않고 코만 빨개지는 두주불사(斗酒不辭) 스타일이었다.
“너흰 왜 통영 구경 안 가냐.”
말하기 좋아하는 김석강이 대답했다.
“시나리오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이 얼마나 기특해 보였을까. 나 역시 열심히 하는 후배들 보면 기분이 참 좋다. 유 감독은 흐뭇한 표정으로 한 잔씩 하라며 술을 따랐다.
조심조심 한 잔을 받아 마시는데 밖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왔다. 곧 이어 미닫이문이 ‘쾅’ 소리와 함께 방 안쪽으로 넘어졌다. 문 앞에 있던 변 기사는 재빨리 몸을 피했다. 선배 배우 박노식이 비틀거리며 문틀을 잡은 채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발로 차는 바람에 문이 넘어졌던 것이다. 잔뜩 취한 박노식이 신성일을 향해 고함을 쳤다.
“이 새끼, 노승이(박노식의 동생)보다 못 생긴 게, 감독하고 촬영기사에게 술 사면 잘 찍어줄 줄 알아.” ·
박노식은 ‘아낌없이 주련다’로 인기를 얻은 신성일에게 앙심을 품은 것 같았다. 졸지에 우리가 위사람에게 술을 산 셈이 됐다. 신성일은 그 상황에도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때 불이 번쩍 했다. 박노식이 신성일 오른쪽 얼굴에 힘껏 발길질을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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