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월북했다고 소문났던 신상옥 감독
여배우 상반신 노출 3초 …‘남산’에 끌려가 고초
신성일은 생전에 자신을 영화계 스타로 만들어준 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신상옥(1926~2006) 감독이라고 말했다. 신성일은 1959년 신필름(신상옥 감독의 영화사)에 신인 공채로 들어가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별명이 ‘영화에 미친 야생마’였던 신 감독의 영화에 대한 열정은 그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60년대 충무로의 전성기를 주도했던 신 감독은 아내 최은희 납북(78년 1월 14일)에 이어 자신마저 납북(78년 7월 19일)되면서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았다. 지금은 모든 오해가 풀렸지만 당시는 “스스로 北으로 갔다”는 說도 없지 않았다. 당시 신 감독이 한국에서 매우 곤란한 처지에 놓였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영화제작을 하면서 평소 표현의 자유를 중시했다. 그러던중 1975년 영화 ‘장미와 들개’를 만들면서 박정희 정권과 갈등을 빚게 됐다. 신 감독의 애인 오수미가 주연이었던 이 영화는 당국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한 장면을 예고편에 삽입했다가 물의를 일으켰다.
여배우의 상반신을 노출하는 장면이 3초간 있었는데, 단체관람 학생들이 그 예고편을 보고 경약했던 것이다. 이 사건은 다음 날 언론에서 화제가 됐고, 검열을 맡은 문공부 측은 격분했다. 영화검열의 서슬이 시퍼렇던 유신시대였다.
영화사 허가취소 행정소송도 취하
괘씸죄에 걸린 신필름은 영화사 등록을 취소당했다. 당시 영화사 설립은 허가제였다. 20여 년 역사의 신필름은 하루아침에 영화를 만들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발끈한 신 감독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 마지막 날, 즉 선고공판이 있던 날에 ‘남산’에 끌려갔고 결국 행정소송을 취하할 수 밖에 없었다.
이때 신 감독은 소송 취하 조건으로 1년 후 영화사 재등록을 받아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으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아 ‘골리아스’란 영화를 찍었다. 현대조선소에서 25만t급 유조선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 작품인데, 여기서 신성일은 용접공 감독 역을 맡았다.
신 감독 개인의 위기도 있었다. 1976년 여름 그는 최은희와 23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냈다. 애인 오수미에게서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정생활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 그가 설립한 안양영화예술학교는 재정난으로 문을 닫아야 할 판이었다. 최은희는 당시 그 학교의 교장이었다.
신성일이 朴대통령 조카까지 연결시켜줘
신 감독은 발이 넓은 신성일에게 ‘구명운동’을 부탁해 왔다고 한다. 신성일이 남산의 한 레스토랑에서 신 감독과 박준홍 총리실 기획관리실장의 만남을 주선했다. 박 실장은 JP의 처남이면서 박 대통령의 조카로서 실세 중 실세였다.
신 감독은 눈물을 글썽이다시피 하며 도움을 청했다. 박 실장은 공감하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이틀 후 손을 쓸 수 없다는 전화가 왔다. 김성진 문공부 장관이 거부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신 감독이 해외에 다니면서 박정권의 영화정책을 비판한 것이 꼬투리가 된 것이다. 신성일은 “조금만 기다려 보시라”고 했지만 신 감독은 크게 낙담했다.
그리고 78년 1월 14일 안양영화예술학교 운영자금을 구하러 홍콩에 간 최은희가 납북되는 사건이 터졌다. 언론에선 왜 신 감독이 최은희의 구명운동을 하지 않느냐는 비판 기사가 나왔다. 게다가 ‘골리아스’ 상영마저 무산되면서 신 감독은 정 회장 측으로부터 사기꾼 소리를 듣게 됐다. 신상옥 감독은 사면초가에 몰려서 한국 땅을 디딜 기력이 없을 정도였다.
신상옥 감독이 납북 당시 자진해서 북으로 갔다고 수근대는 소리가 나온데는 이러한 배경이 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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