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무명시절 거친 배우들의 남다른 수상소감 6
오랜 시간 무명으로 지내던 배우가 성공했을 때, 관객들은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배우 본인의 기쁨은 물론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긴 무명시절을 거친 배우들은 수상소감 역시 남다른데, 이들의 빛나는 순간을 짚어봤다.
김명민
김명민은 1996년 S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으나, 무명시절이 길어 연기를 접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려하던 차에 KBS 1TV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만났다. 김명민은 2005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게 된 건 제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그토록 정신적 고통을 주시더니 큰 상을 안겨주셨군요. 정말 장군님은 영원하십니다. 한때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던 저에게 이순신 장군을 만나게 해 준, 그래서 제2의 연기 인생을 열어준 이성주 PD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순신 장군의 10분의 1이라도 닮고자 발악한 저를 도와주신 선배님들, 한 회 출연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단역 연기자분들, 무더위와 혹독한 추위와 싸우며 실제 전쟁터를 방불케 한 현장에서 고생했던 우리 스태프들 너무나도 사랑합니다. 저를 진짜 장군님처럼 대해 준 300여 명의 연기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내가 최고라는 어리석은 생각은 버리겠습니다. 제 자신을 위해 연기하지 않겠습니다."
김상호
김상호는 2007년 제28회 청룡영화상에서 이준익 감독의 영화 '즐거운 인생'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고 울먹였다. 김상호는 1994년 연극 '종로고양이'로 데뷔해 각종 드라마, 영화에 출연해온 배우로, '즐거운 인생'에서 기러기 아빠를 연기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제가 제 손으로 밥벌이를 못하고 살 줄 알았습니다. 기분 좋습니다. 이준익 감독님, 멋진 스태프들, 저에게 행복한 시간을 갖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나의 사랑하는 아내 고맙습니다."
서영희
서영희는 장철수 감독의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2010년 제8회 대한민국영화대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서영희는 1999년 연극 '모스키토'로 데뷔한 배우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소름끼치는 연기를 해냈다. 서영희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지만, 그의 수상소감은 조여정, 서우, 윤여정 등 다른 배우들을 울컥하게 했다.
"이제껏 다른 사람들은 한 계단씩 올라가는게 쉬워 보이는데 왜 나는 높고 험난할까 생각했었어요. 그러면서 내가 자질이 없나, 그만둬야 하나 생각했었는데요. 그런데 이번에 배우로서 인증해주신 것 같아 기분 좋고 앞으로는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고 연기하겠습니다. 아, 눈물이 날 줄 알았어요. 근데 아무 생각도 안나고 꼬집어 봐야할 것 같아요. 기쁘기만 하네요."
조성하
'꽃중년' 조성하는 2011년 제 48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나홍진 감독의 영화 '황해'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조성하는 20여년간 무명배우로 살며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일을 병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나홍진 감독이 800: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죠. 나홍진 감독으로 인해 이렇게 훌륭한 후보들과 경합 끝에 조연상까지 받게 될 줄 몰랐어요. 늘 산같이 버티는 김윤석, 하정우씨 덕분에 편안하게 연기했습니다. '황해'의 모든 스태프들에게 모두 정말 감사드려요. 내 두 딸과 아내, 모두 사랑합니다. 올해 저희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이 영광스러운 자리를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배우가 돼 팬들의 사랑을 꼭 갚겠습니다."
곽도원
곽도원 역시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으로 '2016 대한민국 톱스타상'에서 상을 받았다. 곽도원은 고등학교 졸업 후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해, 오랜 무명시절을 거쳐 빛을 본 배우다. 이 자리에서 곽도원은 청각장애를 앓고 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말 잘 못합니다. 톱스타도 아니고요. 나홍진 감독, 고맙습니다. 덕분에 상을 받습니다. 아이, 참. 영화 처음 할 때, 사람들 다 반대했어요. 저 같은 사람 주인공으로 써서 흥행이 되겠냐고. 믿어준 사람이 나홍진 감독이었습니다.
제가 20살 처음 연극할 때, 극단 단원이 15명이었는데 형, 누나들이 다 반대했어요. 넌 내성적이라 안된다고. 연습할 때 떨고, 울고 그랬는데 그분들 지금 다 그만두고 저 혼자 하고 있거든요.
아까 장애우 친구들 무대 한 것 봤습니다. 짠했습니다. 저도 장애가 있거든요. 한쪽 귀가 안 들려요. 말귀도 못 알아듣고, 지금처럼 말도 더듬죠. 얘들아, 포기하지 않고 꿈꾸니까 이루어지더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뚱뚱하고 이렇게 생긴 나 같은 사람도 주인공 해서 상 받는다. 열심히 해라."
진선규
제38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가장 눈길을 모은 배우는 역시 진선규가 아닐까. 진선규는 강윤성 감독의 범죄 액션 영화 '범죄도시'에서 조선족 조폭 위성락 역을 맡아 열연해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진선규는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2005)로 데뷔해, 연극무대를 통해 성장한 배우다. 그는 팔로 눈물을 훔치며 무대에 올랐다. 솔직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수상소감이었다.
"진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객석의 "잘생겼다!"에) 잘생긴 건 아닌데. 저 중국에서 넘어온 사람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여기 오는 것만으로도 너무 떨려서 청심환을 먹고 왔는데 이거 받을 줄 알았으면 하나 더 먹었어야 했네요. 제가 40년 동안 도움만 받으면서 살아서 감사한 사람이 너무 많은데 빨리 얘기할게요. 지금 어디선가 앉아서 보고 있을 제 와이프 박보경. 배우인데 애 둘 키우느라 고생 많았어요. 여보, 사랑해.
지금 (머리가) 백지인데 빨리 얘기하고 싶은데…. 잠깐만요, 정신 좀 차리고 얘기하겠습니다. 지금 TV로 보고 계신 어머니·아버지 장인·장모님, 경남 진해에 있는 제 친구들께 감사합니다. 제 코가 낮아서 안 된다고 코 세워준다고 계까지 하는 친구들인데, 진짜 고마워. 제가 20년이 넘게 연기할 수 있게 해 준 극단 '간다'의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 '범죄도시'의 모든 사람들, 같이 연기하면서 큰 힘을 준 마동석과 형사팀, 같이 동고동락했던 양태 김성규랑 대장 장첸 윤계상에게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제가 말하지 못한 분들은 끝나고 순차적으로 전화를 돌리겠습니다. 관객 분들께 감사하고, 저는 좋은 배우라는, 먼 우주에 있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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