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전쟁

행복한 부부관계 이렇게 만들어간다

primarosa 2023. 6. 4. 21:57

행복한 부부관계 이렇게 만든다

 

Q 결혼 8년차 남성입니다. 맞벌이 아내와의 사이에 아직 아이가 없는, 이른바 딩크족이지요. 결혼 초기엔 둘만 사는 생활이 재밌고 좋았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집안에 있으면 심심해서 자꾸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아내와는 서로 취미가 달라 주중에는 물론 주말에도 따로 지내는 경우가 많지요. 계속 따로 떨어져 놀다보니 싸우는 건 아니지만 왠지 서먹하게 느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네요. 아내와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30대 고민남

 

 

A 영화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에서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는 서로가 경쟁조직의 킬러라는 사실을 모른 채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이 부부에게 아주 평범한 위기가 닥친다. 권태기다.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은 찾을 수 없고, 섹스도 거의 하지 않는다. 심각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담을 받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임무를 수행하다 둘은 서로의 실체를 알게 되고, 조직으로부터 상대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는다. 이제 적이 된 두 사람. 서로를 죽이기 위해 쫓고 쫓기는 게임을 하던 이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합쳐 훼방꾼을 없애버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사랑에 빠진다.

 

이 영화는 결혼생활과 부부관계에 관한 진실을 담고 있다. 결혼이란, 환상으로 시작해서 목숨을 건 전투를 거쳐 비로소 사랑과 미움이 교차하는 평범한 생활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서로의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만 같은 부부가 오히려 상대방에 대해 전혀 모를 수 있다는 코미디 같은 진실은 영화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를 통해 생생히 드러난다.

 

 

연애할 때는 그토록 신비롭고 가슴을 설레게 만들던 그 사람이 왜 결혼 후에는 신비로움을 잃고 평범한 아저씨, 아줌마가 돼버리는 걸까? 이에 뇌과학자들은 사랑은 유효기간이 있는 화학작용의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사랑의 감정을 조절하는 기관은 뇌의 변연계인데, 사랑의 단계마다 도파민과 페닐에틸아민, 옥시토신, 엔도르핀 등의 신경 전달 물질이 분비된다. 사귄 기간이 18~30개월쯤 되면 항체가 생겨 사랑과 관련된 화학물질이 더 이상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감정이 시들해지고 권태기가 온다는 것이다.

 

권태기가 오는 또 다른 이유는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 상실이다. 사람은 어리석게도 상대방이 자신의 소유가 되면 그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더 알려 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 호기심은 사람을 깨어 있게 하고 관계를 맺도록 도와주는 주된 동력이기 때문에 호기심이 사라지면 관심과 열정 또한 사라지게 된다.

 

 

흔히 시간은 나이를 먹으면서 더 빠르게 간다고 한다. 스무 살 때는 시속 20km로 보이던 시간이 서른 살이 되면 30km, 마흔 살이 되면 40km로 점점 빠르게 흘러간다는 얘기다. 주관적으로 달라지는 시간의 속도는 호기심의 정도와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세상사 모두가 새롭고 신기해 보이는 어린 시절에는 하루가 무척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많은 경험을 하고 세상사에 대해 심드렁해지면서,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은 하루를 보내게 된다.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호기심을 잃어버리는 순간, 상대는 옆에서 같이 생활하는 늘 똑같은 사람이 되어버리고 만다.

 

완벽한 사랑에 집착할수록 행복한 결혼생활은 멀어진다

 

배우자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지는 또 다른 원인은 상대에 대한 실망이다. 우리는 자기 친구들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친구관계를 이어간다. 그러나 사랑에 대해서만은 고집스럽게도 완벽한 사랑에 집착한다. 인류학자 말리노브스키는 결혼은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를 선물한다. 그 문제란 가장 감정적이고 가장 낭만적인 꿈을 일상적인 관계 속으로 합치시켜야 한다는 과제다라고 했다.

 

​​비록 우리가 현실에 적응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현실 속에서 살아간다 할지라도, 때로 우리는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한다. 이 때문에 우리의 꿈을 현실 속에 길들이려는 결혼을 증오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자 엘렌 버셰이드는 열정적인 사랑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면 관계가 파탄에 이르기 쉽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낭만적인 사랑을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길수록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부부간의 사랑 속에서 우리는 어릴 때부터 절실히 원해왔던 사랑을 보장받으려는 경향이 있다. 즉 현재의 사랑을 통해 어릴 적 조건없이 쏟아주던 부모의 사랑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이러한 불가능한 소망을 충족시켜주지 못할 때, 우리는 연인을 미워하게 된다.

우리는 그가 나와 분리되는 것을 멈추어주지 않기 때문에 연인을 미워한다.

 

우리는 그가 나의 공허를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에 연인을 증오한다.

 

우리는 그가 나를 구해주고, 완성시켜주며, 나만을 바라보고, 엄마처럼 나를 돌봐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을 충족시켜주지 않기 때문에 연인을 미워한다.

우리는 그가 더 이상 나의 아빠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연인을 증오한다.

 

이 같은 숨어 있는 소망은 현실에 거대한 지진을 일으킨다. 불가능한 것에 대한 기대, 맞물려 돌아가지 않는 욕구는 결혼생활에서 긴장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 원인이 된다. 결혼생활이 여자인 부인과 남자인 남편, 서로 다른 두 종족 간의 결합이라는 사실도 결혼생활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게 만든다. 자율성을 중시하는 남자와 친밀함을 추구하는 여자는 늘 부딪치고, 아무리 가까워도 낯설음을 느끼게 된다. 서로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지 못할 때 우리는 절망하고 유아적으로 분노한다. 부부는 결국 가까운 이방인이 되는 것이다.

 

계속 사랑하기 위해 상대방에 대해 끝없이 궁금해 하기

 

여자와 남자는 서로 사랑하는 것만큼 서로에게 계속 실망할 것이다. 두 인간의 욕구 사이에 해결될 수 없는 갈등이 내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러한 갈등에 따른 상대방에 대한 실망은 결혼에 미움이 싹트게 한다. 미움은 순간적으로 스쳐가기도, 또는 깊이 뿌리박혀 지속되기도 한다. 미움은 항상 큰 주먹을 날리지만은 않는다. 때론 작은 훌쩍임으로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미움 없는 사랑은 없다. 그러나 알트만이란 분석가의 말처럼 우리가 유쾌하게 미워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나은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격성이 배제된 인간관계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장난스럽고 유쾌한 형태로 미움을 표출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려면, 우선 결혼생활은 항상 행복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결혼생활에는 4계절이 변덕스럽게 교차한다. 변덕스러운 결혼생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다. 무관심은 결혼을 두 사람의 교집합이 아니라 서로 분리되어 따로 떠다니는 두 개의 풍선으로 만든다. 이렇게 되면 각자 자신의 욕구를 따로따로 충족하려들며 점점 더 합치기 어려운 낯선 이방인이 되어버린다.

 

부부관계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내가 상대를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끊임없이 서로를 알아가려고 노력해도 70~80%조차 알 수 없는 게 부부관계다. 그러니 절대로 상대에 대한 호기심을 놓지 말자. 퇴근 후 부인이 뾰로통한 채 말도 안 하고 설거지만 우당탕탕 하고 있다면 저 사람의 마음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 한번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보자. 남편이 말도 없이 TV만 보면서 건성으로 대꾸하고 있다면 저 사람 마음은 지금 어떨까한번 생각하자.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상상을 나누며 교감해보자. 아마 당신은 계속해서 배우자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그것에 놀라고, 경탄하고 또 때론 실망하기도 하면서 상대에 대한 열정을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무엇보다 같이하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함께할 수 있는 취미나 문화생활의 시간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취미가 다르면 상대가 좋아하는 활동에 호기심을 갖고 하나씩 참여하자. 서로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그리고 배려는 침몰해가는 결혼생활을 구해줄 유일한 구명밧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