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전쟁

이혼소송 승소...‘슬픈 승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primarosa 2023. 5. 28. 20:51

이혼소송 승소...‘슬픈 승리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국내 이혼건수는 93232건이었는데 이것은 매일 255쌍이 이혼을 했고 일년 내내 하루 510명의 돌싱이 탄생했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도 이 통계는 최근 4년동안 감소한 수치라고 한다.

 

폭증하는 이혼율을 반영하듯 서초동 법조타운에도 이혼전문 변호사를 표방하는 변호사수가 늘고 있다. 이혼소송은 100% 패소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변호사가 성공보수를 얼마라도 꼬박꼬박 챙길 수 있기에 법률사무소의 안정적인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변호사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소송이다.

 

유명 변호사 J씨는 자신은 이혼소송을 최대한 가려서 수임한다고 한다. 이혼소송 과정에서 변호사가 겪어야 하는 감정소모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혼소송이 주된 수임사건이 아닌 J 변호사는 자신의 기준으로 볼 때 별것 아닌 일로 이혼소송을 하겠다는 의뢰인들에게는 진짜 심각한 사례를 들려주면서 재고를 권유하며 돌려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소송을 해야겠다는 분들에게 J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주의사항을 들려준다. 이혼을 고려하는 분들은 읽어보시기 바란다.

 

1. 이혼소송은 기분 나쁘다고 하는 게 아니다.

 

이혼상담을 해보면 남편에게 한두 차례 얻어맞았다거나 아내가 시아버지 병원 수발을 소홀히 했다등의 사유로 이혼소송을 하겠다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그런 정도의 사유로는 상대 배우자가 합의하지 않는 한 이혼소송을 해도 승산이 없다.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결혼도 엄연한 계약이다.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계약을 하며 살지만 결혼만큼 중요한 계약은 없다. 혼인계약의 성립(결혼) 사실을 국가에 신고하도록 하고 혼인계약의 해지(이혼) 과정에 법원이 직접 개입하는 것도 결혼이 개인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에도 중요한 의미가 갖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계약은 계약을 해지하고자 하는 쪽에서 위약금을 내는 등의 불이익을 감수하면 해지가 가능하지만 결혼계약은 법에서 정한 혼인계약 해지사유가 아니면 해지할 수 없도록 해놓았다. 물론 당사자 간에 이혼에 합의한 경우라면 사유가 무엇이든 관계없다.

 

민법 제840조가 재판상 이혼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다. 민법 제840조는 부부의 일방 당사자에게 아래 사유가 있는 경우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1. 배우자가 부정한 행위를 한 때

 

2. 배우자가 고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1~5호까지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혼소송이 가능한데, 2~5호에 해당하는 사례는 흔치 않고 1호 사유인 부정행위로 인한 이혼청구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그런데 부부가 살다보면 다양한 종류의 어려움과 갈등에 봉착할 수 있기에 민법 제840조는 제6호를 따로 두어서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도 이혼청구를 인정하고 있다.

남편의 무능력, 아내의 낭비벽, 일방의 장기간에 걸친 성관계 거부 등이 대표적으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

 

위 제6호가 이혼사유의 범위를 넓히는 구실을 하지만 그 정도가 중대한 사유일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한두 번의 경미한 폭행이나 시부모에 대한 부실한 봉양 정도로는 이혼을 청구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이혼소송은 화가 나고 부아가 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혼인계약이라는 중요한 계약을 물려야 할 정도로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2. 꼭 이혼해야겠다면 합의이혼을 하라.

 

이혼의 방법에는 부부가 합의로 하는 합의이혼(협의이혼이라고도 한다)과 법원의 판결에 의한 재판상 이혼이 있다. 두 가지 이혼방식 모두 부부관계의 청산이라는 효과를 낳지만 그 과정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우선 소요시간에 큰 차이가 있다. 합의이혼의 경우 최근 홧김이혼이나 경솔이혼을 막기 위해 1~3개월의 이혼숙려기간을 도입했기 때문에 다소 길어지기는 했지만 길어봐야 3개월이면 이혼신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재판상 이혼은 당사자 간에 이혼 여부 또는 재산분할이나 양육권에 관한 이견이 있기 마련이기에 부부는 자기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2년의 재판기간을 거쳐서 판결을 받는다.

거기다가 어느 일방이 1심 판결에 불복해서 항소를 하게 되면 그 기간은 하세월(何歲月)이 된다. 그 긴 시간 당사자가 받을 압박과 고통은 이루 말하기 힘들 정도다.

 

비용 면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합의이혼에는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 반면 재판상 이혼의 경우에는 일단 법원에 내야 하는 송달료와 인지대만 10만원 가량 들고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면 최소한 수 백 만원, 많게는 수 천 만원의 수임료가 추가된다. 당사자가 합의만 할 수 있다면 아낄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차이는 합의이혼의 경우는 부부 간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정을 지킬 수 있지만 재판상 이혼은 그렇지 않은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항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3. 소송을 결심했다면 진흙탕 싸움을 각오하라.

 

이혼소송은 이혼조건에 합의하지 못한 부부가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소송절차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보니 법원이나 재판절차에 익숙하지 않고 소요되는 시간을 감당하기 어려워 소송 전문가인 변호사를 선임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혼소송을 하더라도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부부가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라면 그래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정도가 덜하겠지만 부부가 모두 법정에 나와 소송을 진행하는 사례는 보기 힘들다. 부부 한쪽만 법정에 출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다른 한쪽은 소송을 포기하는 것이다.

 

부부가 각자의 주장을 본격적으로 펴기 위해서는 변호사 선임이 불가피한데 싸움 기술에 능한 변호사로서는 자신의 고객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변호사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상대방 배우자는 아주 몹쓸 인간의 캐릭터로, 자신의 고객(의뢰인)은 너무나 불쌍하고 억울한 사람의 캐릭터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부간의 사소하고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도 가공할 무기로 돌변하기도 한다. 아내가 일하는 직장에서 다른 남자 직장 동료와 회사 내의 분리된 공간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아내가 부정행위를 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침소봉대(針小棒大)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특정한 행위가 본래의 의도와 정반대로 왜곡되는 경우도 흔하다. 예를 들면 남편이 태국에 있는 어떤 여학생의 경제적 어려움을 동정해 학비를 지원한 것이 남편의 불륜 증거로 둔갑해 법원에 제출된 경우도 있다.

 

이렇게 사실을 부풀리고 뒤틀린 주장과 증거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지만 상대방 배우자의 가슴을 후벼 팔 가능성은 100%. 별 효과도 없으면서 부작용만 큰 것이다. 이렇게 최선을 다해 싸우는 과정은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는 옛 배우자에 대한 그나마의 잔정마저도 소진시키게 만든다.

 

 

돌이켜보면 이혼소송에서의 최선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최선이며 그 최선의 결과 얻어진 승리는 슬픈 승리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특히 부부 사이에 자녀가 있는 경우, 이혼소송이 종료한 이후 부모의 지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녀 때문에라도 얼굴 볼 기회가 많이 있는데 그 상처와 앙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생각하면 신중해야한다.

 

대부분의 변호사는 소송 결과만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뿐 부부의 이후 회복과정까지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결국 변호사들이 소송싸움으로 벌려놓은 간격을 옛 부부가 자신들의 힘으로 회복해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다.

 

한때 함께 살던 남편이나 아내와 진흙탕 싸움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싸움 과정에서 입을 상처를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아니라면 절대로 이혼소송은 피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