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이상男과 결혼한 그녀가 이혼한 이유
결혼상담소 사무실에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내 딸이 결혼경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혼인신고도 안했다. 그리고 처녀나 다름없다. 마땅히 초혼 으로 접수해줘야 한다. ”
“아버님. 따님의 경우는 안타깝지만, 결혼식을 올렸고, 부부생활을 했기 때문에 사실혼에 해당하고, 그래서 재혼으로 재접수해야 합니다.“
딸의 재혼 접수 차 방문한 아버지는 안타깝다는듯 한 숨을 내쉬었지만, 결혼상담소 측에서도 어쩔 수 없었다. 도대체 그 딸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그녀가 결혼상대를 찾겠다고 회원으로 처음 가입한 것은 2년 전이다. 당시 그녀는 30대 초반의 엘리트 공무원으로 명문대 졸업, 매력적인 인상과 늘씬한 몸매, 가정환경도 좋았다. 거기다가 남성들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는 섹시함도 갖추었다. 남자들이 줄을 선 건 당연했다.
그런데 그녀의 이상형은 다른 여성들과는 좀 달랐다. 직업, 학벌 같은 조건을 따지는 게 아니라 매너 좋고, 점잖은, 한마디로 최고의 인격을 가진 남자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여성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뉘어진다. 남자 경험이 많은 여성이 결혼할 때 정반대의 스타일을 찾는 경우이거나 가정교육을 잘 받은 경우이다.
결혼했지만 숫처녀라며 초혼 대접 요구
첫번째 만남상대는 행정고시를 패스한 같은 공무원이었다. 심성이 착하고 지적인 엘리트라서 그녀의 상대로 낙점한 것이다. 얼마 후 여성의 항의 전화가 걸려왔다. 두어번 만났는데, 같이 영화를 보러가서는 손을 잡고 스킨쉽을 시도했다면서 그 남자를 못 만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 상황에 대해 남자는 이렇게 해명했다.
“말이 잘 통하고,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분위기가 무르익는 순간에 진도를 좀 나갔다. 그렇게 정색하고 싫어할 줄은 몰랐다. 서로가 나이가 좀 들어서 만났는데 조금 적극적일 필요도 있지 않느냐?”
남성은 여성의 고지식함을 탓했다. 정상적인 남녀가 마음이 통하면 몸은 절로 따라가는 법인데, 그게 싫으면 왜 결혼을 생각하고, 남자는 왜 만나냐는 것이다.
얼마 후 이 여성은 또 다른 남성을 소개받았다. 인간적인 매력도 있으면서 진중한 스타일의 직장인이었다. 이번에도 여성은 항의를 해왔는데 사연은 이랬다.
그녀는 지방 출신으로 서울에서 혼자 사는데, 그 남성을 자기 집에 데려갔던 모양이다. 여성의 말로는 남성이 오다가 미끄러져서 다치는 바람에 치료를 해주러 데리고 갔다고 하는데, 남성 입장에서는 겨우 두 번 만난 여자가 자기집에 가자는데, 오해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서로 호감을 갖고 있던 남녀가 집 안에 단 둘이 있게 되었으니 사단이 날만도 했다. 남성은 손을 잡았고, 여성이 거부하지 않자 키스를 시도했다. 그랬더니 여성이 저항하며 난리를 치자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집을 나왔다고 한다.
남성이 조금만 스킨십 시도해도 불쾌한 반응보이던 여자
남성은 여성이 자신을 치한 취급한 것에 대해 상당히 불쾌해했다.
“그렇게 요조숙녀가 왜 두 번 만난 남자를 집안으로 끌어 들이느냐.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는 거 아니냐. 상식 있는 사람이 여자가 싫다는데, 억지로 손을 잡고, 키스까지 하겠는가.”
그녀의 말도 이해가 되고, 남성들의 말도 이해가 되었다. 이후로도 그런 일이 몇 번 있었다. 상황이 이 정도 되자 결혼상담소측은 그녀가 매너있고, 이성적인 남자를 찾는구나, 그래서 남자를 테스트하려고 집에도 데려가고, 영화관에 가서 분위기도 잡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남성의 스킨쉽에 병적일 정도로 그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가 없는 것이다.
남녀간 만남이 잘 진행되면 되고 스킨십 진도가 더디면 오히려 여성 쪽에서 몸이 달아하는 경우가 있다. 혹시 자신이 여자로서 매력이 없어서 그런가, 해서다. 그런데 그녀는 성적인 매력이 있고, 그것을 모를 리 없는데, 남자의 스킨쉽에 대해 그렇게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고 그녀는 한동안 결혼상담소에 전화를 안했다. 2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에 그녀의 아버지가 방문했고, 그동안 그녀에게 일어았던 일들을 말했다. 여성은 이상형 남성을 만났다고 한다. 전문직 종사자로 본인은 물론 집안도 재력이 있고, 무엇보다 ‘젠틀’한 사람이었다. 사회적 지위와 재력에서 풍기는 품위와 여유가 여성을 압도했다. 데이트할 때 여성을 배려했고, 때때로 명품 선물로 그녀를 감동시켰다.
“딸이 그러더군요. 몇 번 만남이 실패하면서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 싶었는데…. 아빠! 간절히 원하면 이뤄지나 봐요”
그렇게 말하고는 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렇게 행복해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이런 신세가 됐으니….”
이상형 만나 결혼했지만…여성이 남성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둘이 1박2일 여행을 다녀온 뒤 였다. 이런 경우 보통은 육체관계가 이뤄지는데, 최고급 호텔에서 각방을 썼다고 한다. 자신의 애기를 들어주고, 따뜻하게 대해주고, 그러면서 절제하는 이 남자야말로 남편감이라고 생각해 그녀는 청혼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화려했다고 한다. 탁월한 외모와 능력을 갖춘 선남선녀가 사람들 앞에 선 모습은 그림 같았고, 주변에서는 모두 부러워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아버지는 딸로부터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었다. 아직 두 사람이 초야도 치루지 않았다는 것이다.처음에는 결혼식의 피로와 긴장 때문인가 했는데, 2주가 지나도 남편은 그녀 곁에 다가오지 않았다.
여성은 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았고, 아버지까지 알게 된 것이다. 아버지는 사위를 만나 솔직한 대화를 나눈 끝에 그가 성불구라는 것을 알았다. 결국 그들의 결혼생활은 결혼식의 맹세가 무색하리만큼 허무하게 끝이 났다.
아버지의 얘기를 듣고는 결혼상담소측도 한숨을 내쉬었다. 숱한 남성을 울리면서 그녀가 선택한 사람이 알고 보니 가장 중요한 부분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녀는 정상적인 욕구를 표출하던 남성들은 걷어차고, 결국 정상이 아닌 사람을 선택했으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완벽한 사람은 없다. 만나면서 단점이 드러나야 정상이다. 자기 틀에 맞춰서 사람을 만나면 보고자 하는 부분만 보게 된다. 이상형을 고집하는 예비 신랑신부들이 새겨야할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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