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일의 첫사랑 혜화동 여인(上) "보름밤 대청마루에 잠옷 차림의 선녀가…"
원숙한 여인과의 사랑.
스탕달의 소설 『적과 흑』의 주인공 쥘리앵처럼, 신성일이 생애 처음으로 경험한 사랑의 형태였다.
1960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하루 지나면 크리스마스’라는 설렘이 가슴 속에서 요동쳤다. ‘로맨스 빠빠’에 출연하면서 나름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지만 신성일은 아직 초짜 배우의 티를 벗지 못했다. 외로움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당시 신필름에 정동일이라는 견습 배우가 있었다. 나이도 같고, 처지도 비슷해 신성일은 동병상련을 느꼈다. 두 사람의 호주머니는 늘 궁색하기 짝이 없었다. 신성일은 5만환이라는 비교적 많은 월급을 받았지만 돌아서면 돈은 눈녹듯 사라졌다. 신필름에서 신성일에 대한 월급 지불은 가장 후순위였다. 월급이 한 달씩 늦게 나오다 보니 항상 ‘외상 인생’이 돼 버렸다. 가회동 하숙비는 매번 한 달씩 밀렸고, 신필름 주변 다방과 당구장에도 늘 외상이 달려 있었다. 그 날 정동일은 우울한 마음을 다 안다는 듯 신성일에게 “좋은 데 가자”고 제안했다. 사실 마음이 너무 허전해 아무데나 끌려가고 싶은 기분이었다.
정동일의 손에 끌려 지금의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자리 맞은편의 감리회관 다방에 갔다. 다방 마담은 굉장히 인심 좋게 생긴 여인이었다. 정동일은 평소 그 여인과 친한 모양이었다. 마담은 밤이 되자 다방 문을 닫고, 자신의 친구들이 모이는 혜화동의 어느 한옥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혜화동은 당시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부촌이었다. 그 집은 ‘ㄷ’자 형태로 제대로 된 한옥의 전형이었다.
1970년대 어머니와 함께한 신성일
그 곳엔 마담의 친구 세 명이 있었다. 그들은 사랑채에 술상을 근사하게 차려서 내왔다. 남자라곤 신성일과 정동일 둘 밖에 없었다. 젊은 시절부터 남다른 야심가였던 신성일은 주변에 앉아있던 여인들에게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보다 7~8살 연상의 여인이었다. 월급은 밀려있는데 돈은 어디서 구하고 생활을 어떻게 꾸려가나, 신필름에서 어떤 작품으로 성공할 것인가라는 생각만 머리 속에 꽉 차 있었다. 그러나 그때까지 술 경험이 전혀 없던 신성일은 몇 잔의 술을 마시고 나가 떨어졌다. 마신 술이 위스키였던 것 같았다. 그 위스키는 미군 부대에서 나온 것이리라.
일어나 보니 정동일과 마담 친구들이 모두 한 방에서 자고 있었다. 야간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이라 어차피 집으로 갈 수도 없었다. 목이 마르고 오줌이 마려워 견딜 수 없었다. 비틀거리면서 살펴보니 화장실은 대청마루에서 15m쯤 떨어진 대문 쪽에 있었다. 그 날 따라 보름달이 휘영청 밝게 떠있었다. 화장실에서 마당으로 나왔는데 대청마루에 웬 여인이 서 있는 것 아닌가! 세상에,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 그 여인은 드레스 같은 아름다운 잠옷을 걸치고 있었다.
“성일아, 너 연애 해봤냐? 나이 먹은 여자와 사귀어 봐.”
일전에 신상옥 감독이 ‘백사부인’을 촬영하며 최은희와 키스를 하지 못하는 신성일에게 던졌던 이 말이다. 머리 속에 하나의 계시처럼 메모리돼 있던 이 말이 그 순간 암호 풀린 컴퓨터 파일처럼 작동했던 것 같다. 여자와 키스 신도 제대로 못해내면서 무슨 배우냐는 자책감을 가슴 속에 품고 있던 터였다. 신 감독은 이 상황을 예상했던 것일까.
홀린 듯 그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 여인은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슬며시 끌었다. 나는 거부하지 못한 채 그녀의 안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연예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83세 아빠' 알 파치노, 29세 여친에 月양육비 4000만원 준다 (0) | 2023.11.13 |
---|---|
신성일-첫사랑 혜화동 여인(下) 8살 연상의 무역회사 사장의 둘째부인 (0) | 2023.11.10 |
태진아 “아내, 중증 치매…눈물 흘리며 신곡 녹음” (0) | 2023.11.07 |
길은정·편승엽의 ‘사기결혼’ 공방 스토리 (0) | 2023.11.07 |
이봉원 “재산관리 따로…박미선 수입 하나도 모른다” (0) | 2023.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