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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가 매력적인 진짜 이유

primarosa 2023. 10. 2. 23:50

이효리가 매력적인 진짜 이유

 

 

천하의 이효리, 무적의 엄정화라도

 

사람 사는 건 똑같다

 

 

 

나는 방송을 오래 하다 보니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 하게 된다(<서울 체크인> 8화 중)”고 이효리는 말했다. 허나 방송을 오래 한다고 해서, 누구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아니 좋아하는 것을 하게 되는 건 아니다. 그건 퍽 힘든 일이다. 호불호라는 건 날씨 같아서,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거기에 이유란 없으니까.

 

 

서울체크인

 

 

이효리의 <서울 체크인>은 서울에 온 이효리는 누구를 만나 무엇을 할까를 묻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제주에 가도 이슈가 되고, 제주에서 민박집을 열어도 화제가 되며, 옛 동료들과 캠핑하러 다녀도, 다시 서울에 와도 모든 게 관심을 끈다. ‘관심받고 싶지만, 조용히 살고 싶다는 불가능한 바람을 그는 가능한 방식으로 풀어간다. 눈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또다시 나타나는 것으로.

 

 

이효리라는 네버엔딩 스토리

 

 

1979년생, 90년대엔 강남에서 유명했고 2000년대엔 가요계에서, 이후론 연예계에서 한 번도 꺼진 적이 없는 슈퍼스타 그래서 천하무적이라 불리는 이효리는 이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면그걸로 한편의 충분한 이야기가 된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도 되는 스타라서가 아니다. 그건 기본값이고 거기에 그가 가는 곳에, 만나는 사람에, 나누는 이야기에 깊이와 너비가 더해져서다.

 

 

그는 악뮤의 찬혁을 만나고, 감독이자 배우인 이옥섭과 구교환을 만나고, 연기 선생님이던 배우 이정은을 만나며, 동갑내기 친구인 윤혜진을 만난다. 20년이 넘는 연예계의 서사가 있어 가능한 일이지만 끊임없이 사람을 궁금해하고, 그들을 추앙하는 마음이 있어 가능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효리에게 추앙받는 일은, 그 자체로 서사가 된다.

 

 

한때 이효리가 입는 것, 바르는 것, 먹고 마시는 것을 궁금해하던 이들은 이제 그가 만나는 사람들을 궁금해한다. 그는 소비되지 않고, 소모되지 않는다. 다만 사유를 일으킨다.

 

 

<서울 체크인>의 최다 출연자는 가수이자 배우 엄정화다. 그가 이효리에게 어떤 존재인지, 보는 이들은 안다. 그보다 한 걸음 앞서 걸으며 그보다 뒤에서 걸어오는 이효리에게 커다란 차양막이 되어주는 선배. 스스로는 뙤약볕을 견뎠으나 후배들에게는 손을 뻗어 그늘을 만들어주는 언니.

 

 

이 둘을 만난 윤혜진은 "너무 이효리, 너무 엄정화가 하는데도 (사람들이) 신경이 쓰이는구나"라고 말했다. 엄정화가 <우리들의 블루스>를 본 뒤 바로 댓글을 확인하는 걸 보면서, 이효리가 무대에서 내려온 뒤 늘 평가에 신경 썼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다. 윤혜진의 마음이란, 보는 이들의 마음이었다. ‘천하의 이효리도, 무적의 엄정화도그런 것들에 마음을 쓰며, 마음을 다치며 사는구나.

 

 

이효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가깝고도 먼 존재다. 그 거리 조절이 그를 여전히 빛나는 자리에 있게 한다. 그러면서 보는 이들에게 박탈감을 주지 않는다. 도리어 대리 만족을 준다. 그가 우리와 다름없는 고민을 하고, 비슷한 생각을 말할 때. 여든이 되어 연로한 아버지를 생각하고 그를 어디에 모셔야 할까 골똘히 생각할 때. 그러다 문득 <막걸리 한 잔>의 가사를 듣고 '황소처럼 일했으나, 살림살이는 마냥 그 자리'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울컥 눈물을 흘릴 때. 그런 모든 순간에 그는 우리와 아주 가까이에 있다.

 

 

그리곤 또 무대를 누비고, 카메라 앞에 선다. 다시 범접할 수 없어지는 그 순간에도, 그는 아주 멀리에 있지는 않다. 그를 보는 이들의 마음에는 이미, (윤혜진이 말했듯) 그의 숱한 일상을 지켜보며 내적으로 친밀해져 버린 우정 같은 것이 싹트고 자라 무성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24년 동안 말이다. 기상이변처럼 대소사가 많은 연예계에서도 그가 여전히 사랑받는 건, 맑은 날도 궂은날도 다 찾아온 '이유'가 있을 것임을 알아챈 이효리라는 스토리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