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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일 ‘발연기’에 가장 짜증낸 사람이 엄앵란

primarosa 2023. 7. 22. 17:19

신성일 발연기에 가장 짜증낸 사람이 엄앵란

 

 

신성일이 데뷔작에서 보여준 연기는 자신도 인정하듯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시쳇말로 발연기였는데 가장 짜증냈던 사람이 공교롭게도 후일 부인이 된 엄앵란이었다. 그러나 신성일은 그 모든 과정이 훗날 뼈가 되고, 살이 됐다고 고백한다.

 

 데뷔작은 1960년 정초 명보극장에서 개봉한 로맨스 빠빠였다. 여러 식구를 거느린 월급쟁이 아버지가 실업자가 되자 온 가족이 아버지를 위로해주는 홈드라마였다. 그 작품에는 그 당시 난다 긴다하는 최고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김승호·주증녀가 아버지·어머니 역을, 최은희·김진규가 큰누나와 그 남편 역을 맡았다. 김석훈·남궁원·도금봉·엄앵란·주선태·김희갑 등이 조연으로 중량감을 키웠다. 신상옥 감독은 신성일을 막내아들로 집어넣었다.

 

 촬영은 개봉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 돌입했다. 세트 촬영 장소는 서울 종암동 개천가에 위치한 연탄공장. 하루 촬영을 마치고 나면 모두 콧구멍이 연탄가루로 시꺼매졌다.

 

 신성일은 졸지에 대형급 배우들 틈에 끼여 발걸음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촬영장 풍경은 한 편의 코미디 드라마 같았다. 영화 마부로 유명한 김승호 선생은 준비해라고 지시한 후 신성일이 등장하는 컷만 나오면 코를 골고 잤다. 그의 존재감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다른 사람들은 막간을 고스톱으로 떼웠다. 그때 조명·세트를 설치할 때 틈만 생기면 배우들은 무조건 고스톱이었다. 그래서 신성일이 선배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배운 것이 고스톱이었다. 그래서 유일하게 할 줄 아는 놀음이 고스톱이다.

 

 다행인 것은 동시 녹음이 아니어서 대사에 큰 부담은 없었다. 옆에서 망치 때리는 소리가 나도 촬영에는 전혀 영향이 없었고 그런 까닭에 촬영 속도는 빨랐다. 신성일이 540편이 넘는 작품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런 것들이 있었다.

 

영화를 비롯해 TV 드라마도 초창기에는 컷 없이 한 번에 쭉 찍었다. 심지어 69TBC 드라마 ‘124군부대의 경우 생방송으로 찍어대 아슬아슬한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편집 기술도 없거니와 테이프도 아깝다는 이유에서였다.

 

 녹음실 시스템도 열악했다. 녹음실에는 대사 녹음용 마이크와 음향효과 내는 마이크, 딱 두 개뿐이었다. 녹음용 마이크 하나를 두고 여러 명이 몸싸움을 벌이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했다. 음향의 거리감도 배우가 스스로 냈다. 신성일 같은 초짜는 녹음실에 얼씬도 할 수 없었다. 거추장스러운 존재였으니 말이다.

 

신성일에게 이 영화는 엄앵란과 처음 연기하는 계기가 됐다. 신성일은 연기를 잘 못하는 탓에 하면할수록 주눅이 들었다. 이때 엄앵란은 57단종애사로 데뷔한 이후 청춘 스타로 떠올랐고, 신성일과 비교가 안 되는 위치에 있었다.

여동생 역할인 엄앵란은 신성일과 엮이는 장면만 되면 쭈뼛쭈뼛거렸다. 같이 연기하기 싫다는 짜증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신성일 어머니는 그 때 신성일이 하숙집으로 오면 매번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엄앵란이란 여배우가 콧대 세고, 건방지다고 말이다. 선배 엄앵란을 무의식적으로 욕을 했다는 것이다.

세상사는 알 수 없는 것이 그런 사이가 부부가 되다니. 인생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