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침실

청평호 키스 사건...보트에 엄앵란과 신성일 단둘, 기회가 왔다

primarosa 2023. 8. 10. 00:11

청평호 키스 사건...보트에 엄앵란과 신성일 단둘, 기회가 왔다

 

 

신성일 말에 의하면 자신은 연기와 사랑을 혼돈하지 않는다고 한다. 농도 짙은 멜로 연기를 해도 오케이사인만 떨어지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런데 단 한 번의 예외가 엄앵란이었다.

 

 엄앵란은 1963새엄마촬영 당시 신성일 목에 찍힌 키스 마크를 본 후 알뜰살뜰 을 돌보았다. 촬영장에 나올 때는 꼭 신성일 도시락까지 싸가지고 왔다. 혹시 이 잘못된 길로 뻐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그것은 연인의 감정이라기 보다 선배의 배려에 가까웠다.

 

 맨발의 청춘이 상영된 64은 출연작 33편 중 23편을 엄앵란과 함께 했다. 가족보다 엄앵란과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두 사람을 이상한 시각으로 보고 쓴 기사가 산업경제

신문 연예가십란에 처음으로 게재됐다. ‘신성일·엄앵란 열애 중이라는 추측성 기사였다.

 

신성일의 매니저가 새엄마촬영장에 신문기사를 들고 와 모두가 웃었다. 읽어보니 알맹이는 하나도 없는 것으로 보아 기자가 넘겨짚어 쓴 것이었다. 우리는 겸연쩍게 웃어넘겼다.

 

 63년 늦가을 경기도 가평군 청평호에서 배신촬영이 있었다. 장동휘가 조직의 보스, 엄앵란이 장동휘의 애첩, 신성일은 애첩의 수행원 역이었다. 애첩과 수행원이 보스 몰래 아슬아슬한 사랑을 하는 작품이었다.

라스트 신 촬영 때였다. 정진우 감독은 호수 한가운데 멀리 보트를 띄워놓고 신성일과 엄앵란이 포옹하는 장면을 롱샷으로 잡고 싶어했다. 당시에는 줌 렌즈가 없었다.

 

 

 보트장은 오목하게 들어간 곳에 있었다. 보트장 주인이 날 보더니 반가워 했다. 청평으로 촬영을 자주 나갔기에 낮익은 얼굴이었다. 보트에 오르면서 속으로 기회는 왔다고 생각했다. 보트를 조종하는 친구가 눈치도 없이 따라 올라탔다. 원래 보트 키는 조종 경험이 없는 사람은 만질 수 없다. 그래도 방해꾼이 없어야 기회를 잡을 게 아닌가. 이런 기회를 놓치면 바보다.

 

 , 내려.”

 

 그 친구는 순순히 에게 키를 넘겼다. 은 직접 보트를 몰고 메가폰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리 나갔다. 정 감독은 호수 한 가운데 떠있는 둘에게 수신호로 ‘Go’ 사인을 내면서 서로 밀착하라고 지시했다. 키스를 하라는 주문은 없었다.

 

 신성일의 눈 앞엔 엄앵란의 빨간 입술만 보였다.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오랜만에 엄앵란을 껴안으니 심장이 멎는 듯했다. 엄앵란도 당황한 듯했다.

 

 미스 엄, 가만 있어봐.”

 

 키스는 연기가 아니었다. 둘의 키스를 방해할만한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키스는 오랫동안 계속됐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 두근거리는 순간이었다. 정 감독은 우리 커플이 탄생하는 것을 가장 먼저 지켜본 목격자라 할 수 있다.

 

 이후 서로를 바라보는 신성일과 엄앵란의 눈빛이 달라졌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손을 잡고 가는 사이가 됐다. 그리고 몇 개월 후 미스 엄이 신성일을 평생의 반려자로 생각하게 된 사건이 벌어졌다.